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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생각을 뒤집는 책 <클루지> 인간의 진화는 최적화 되지 않았다.

by dan-dan 2022. 9. 27.

최적화되지 않은 인간의 진화

이 책에서는 어떤 변화가 곧바로 개선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유기체는 자신이 도달한 목표의 한 지점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머물러버리는 순간 더 이상 더 나은 개선을 생각하지 않은 채로 제자리에 머물러버린다는 뜻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보면 엉성하게 고쳐서 쓰는 가전제품이나 당장의 기능만 유지할 수 있도록 임시로 고쳐놓은 물건들이 잔뜩 있었다. 굳이 돈과 시간을 더 들이지 않고 당장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으니 계속 그렇게 사용하시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이해한 '클루지'다. 곧바로 개선을 불러와 깔끔하게 수리하고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고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고쳐서 대강 쓰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진화를 곧 클루지로 보고 있다.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문자를 사용하는 것, 기억하는 것 등등 다양한 기능들은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들이나 언어는 한계가 있다. 비언어적인 표정이나 몸짓이 없으면 상대방의 의도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바나 파이썬 같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오해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이 '기억'한다는 것도 동일하다. 우리는 맥락을 이용해 기억한다. 우리는 어제 친구와 이야기했던 모든 말들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어제 먹은 음식도 종종 까먹곤 한다. 다시 그 기억을 꺼내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상황들을 하나씩 되짚어봐야 한다. 그때의 배경을 고민하고 하나씩 더듬거려 가다 보면 내가 원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 맥락을 통해 저장되는 기억은 저장된 정보에 접근하기에 적합한 우편번호 체계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자연이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낸 투박한 임시변통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계속 조작되고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무엇이 먼저 일어났는지, 그때 누가 화를 냈던 건지에 대해 잘못 기억하게 되는 실수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정확히는 어느 시기까지는 효율적이었겠으나 그 순간부터 비효율적인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진화는 과학기술의 발전보다 더뎌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진화적 한계를 뛰어넘고 보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끊임없이 의존해야 했으며 그렇기에 변화하는 세상과 계속 충돌하고 실수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의 내면에 내장되어 있는 수많은 클루지들을 극복하고 지금 이 세상에서 효율적으로 살아남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생각하며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확증편향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을 확증하는 사례를 찾기 바쁘다. 그래서 다른 원리가 더 잘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이어나가지 않는다. 어떤 것을 잘 살피려면 당연히 해당 주장의 양면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을 고려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보다 그것과 일치하는 증거를 더 잘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들을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기에 우리의 믿음이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도 그 믿음을 버리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직접 감각을 통해서 또는 간접적으로 말과 대화를 통해서든지 어떤 정보를 얻게 되면 그것을 일단 곧바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믿을 만한 것인지 따져본다. 사실 나중에서야 따져본다면 다행이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믿어버리고 끝나는 경우가 더 빈번할 것이다. 확증편향과 습관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선택해야하는 순간들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벌어진다.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살아간다면 사는 게 참 힘들지도 모른다.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을 위험을 피하고자 매번 고민한다면 아마 건강하게 오래 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기에 그중 일부분은 무의식 중에 습관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확증편향도 이와 같은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것은 습관처럼 안전하게 지나가고 어떤 것은 확증편향처럼 위험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뭐가 위험하고 뭐가 안전한 지를 구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겠지만 말이다. 

클루지를 극복하는 방법

나 스스로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먼저,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자. 항상 반대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있었을 만한 것, 또는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숙고하는 반사실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비누는 99.4% 순수한가 아니면 0.6% 유해한가' 또는 '근무시간이 시간제로 줄어든다면 그것은 임금의 삭감인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인가'와 같은 식이다.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면 내가 아침에 회사를 출근할 때 걸어가는 경우에 버스를 탈 때보다 유독 비가 많이 왔다고 해서 '아침에 걸어서 출근을 하면 비가 올 확률이 높다'라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관련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인과관계가 업는 경우들이 많다. 투자에서도 그러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하는 수많은 오해들이 여기에 속해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해야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분명 눈앞에 있는 침대에 누워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나서는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유튜브를 볼 것이다. 한두 시간 그렇게 누워있다 보면 금세 잘 시간이 되고 나의 하루는 허무하게 지나갈 것이다. 이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면 누구나 쉽게 당장 오늘 퇴근 후의 삶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퇴근 후 의미 있는 여가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내가 침대에 누울 것을 예상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는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책상으로 뛰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막연한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막연히 퇴근 후 침대에 눕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결국 눕게 되어 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침대를 절대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책상 앞으로 가야겠다는 '조건 계획'을 세워야 한다. 피로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었는데 결론은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을 때 보통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얻을 수 없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선택하지 못한다. 언제나 하나를 가졌을 때 다른 하나를 가지지 못하면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고려해봐야 한다. 누군가가 나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해야 한다. 자신의 대답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편향된 결정을 내린다. 자신의 결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명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인다. 관련 정보들을 더 자세히 분석하게 되고, 더 세련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가까운 것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 먼 것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좋은 방법으로 곧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것이 있다. 내일도 원하고 내일모레도 원한다면 움직이는 것이다. 복잡한 결정일수록 시간을 두고 그것에 몰두할 때 가장 훌륭하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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