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리뷰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 <보통의 언어들>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by dan-dan 2022. 9. 26.

서로에게 실망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관계

나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겁이 많은 사람이다. 혹시나 나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나 고민한다. 아니면 '말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와 같은 쓸데없는 고민에 심장만 빨리 뛰고 머릿속은 하얘진다.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증후군의 증상을 알게 되었을 때 단번에 내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 후로부터는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지만 눈에 띌만한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실망시킨다는 것만큼 나에게 두려운 것은 없었나 보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직장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마저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곤 했다. 또는 말끝마다 '허허' 하며 의미 없는 웃음을 붙여가며 모든 말에 진지함을 없앴다. 이 문제는 역시나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만들었다. 결국 내 모습을 감추게 되고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까 봐 항상 상대방에 맞추려는 태도를 보였다. 어릴 적 하던 연애에서 내 스스로의 성격을 감추는 습관이 반복되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성격을 감추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무의식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연인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잦은 다툼으로 헤어지게 된 순간 깨달았다. 오랜 기간 만났던 연인임에도 헤어진 그 순간 무엇보다 편안한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 스스로도 놀랐다. 마음 아프고 슬퍼야 하는 순간에 왜 나는 편안함을 느꼈을까. 그 후로 일주일을 침대에 누워 이 원인을 찾으려고 계속 생각했다. 결론은 내가 나를 너무 속여왔다는 것이었다. 연애라는 게 서로 함께할 때 비로소 편해지고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새로운 연인을 만났고 지금까지 연애를 해오면서 내 성격을 숨기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지금의 여자 친구가 많은 노력을 해준 덕분이다. 내가 나다운 사람으로 행동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배려해주었던 모습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점차 자존감을 찾아갔고 점점 솔직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려고 했던 여자 친구가 너무 고맙다. 물론 조금은 다툴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살면서 처음 느끼게 된 감정이다. 하지만 여자 친구의 많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감정을 속이는 습관이 남아있는 듯하다. 무의식은 참 교활해서 내가 나를 속이고 있음을 눈치챌 때마다 점점 더 교묘하게 나를 속여왔다. 그럴수록 나는 내 내면에 더 집중을 해야 했고 어떻게든 그 원인들을 찾아 해결해나가야 했다. 앞선 고민들이 한참인 시기에 이 책을 만났고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문장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너무 좋은 문장이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사이인 동시에 가장 무서워했던 사이였다. 나는 이 문장을 마음속에 새겼고 여자 친구와의 3주년이 되는 날 편지에 진심을 담아 적었었다. 우리는 가로수길의 한 술집에서 이 글을 읽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조금은 나를 숨기려는 습관이 줄어들었음을 느꼈다. 앞으로도 서툰 모습들을 보여주겠지만 서로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으니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기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 하는 것은 위험하다. 항상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칭찬받고 싶었고 자랑할만하다 싶으면 자랑을 하곤 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쉽게 이룰 수 있는 걸 찾아다녔고 적은 노력으로 더 돋보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헤맸다. 결국 얻은 것은 없었다.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고 싶어진 것이다. 매번 생각은 해왔었지만, 그 생각이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었나 보다. 지금도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니겠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동안 눈치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눈치를 봐왔던 것,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의해 누군가가 나를 안 좋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만 두려워했다. 앞으로는 자랑을 줄여보려 한다. 스스로에게 자랑하며 스스로에게 뿌듯해지고 싶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 하지 않을 것이다. 볼품없어도 내가 행복해하는 것들을 할 것이다. 꿋꿋이 그리고 꾸준히 말이다. 그러려면 내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거라면 꾸준히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더라고요. '내가 뭐든 될 것 같고, 만사가 뭐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자기 능력치의 벽에 부딪혀 보기 전까지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아, 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나서는 그게 보이기 시작 한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다. 그랬다가 다시 무엇이든 되었다가 다시 또 때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가 하는 반복이 사람이 겪어야 하는 아름다운 순리 중 하나일 테니까.

반응형

댓글